전날 게스트들과 사장님과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며 친해지는 것도 참 좋더군요.
자다가 잠에서 깰때마다 빗소리를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직까지도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며 게스트들끼리 잠시 의논을 합니다.
자동차로 여행하고 있는 총각은 비 맞을 일은 없으니 식사후에 준비해서 출발하겠다고 합니다.(저녁에 다시 온답니다...)
스쿠터로 여행하고 있는 아가씨는 좀 망설이고 있습니다. 어제 저처럼 젖어서 저와 함께 옷을 말리는 중이라네요.
자전거로 여행하고 있는 저도 좀 망설여 지긴 합니다. 비 맞는것 정도야 괜찮은데 비바람 몰아치는데 무리해서 가야 하나...
조금 망설이다가, 이것도 자전거 여행의 재미 아니겠나 싶어서 옷을 챙겨입고 오전 10시 쯤 출발을 합니다.
다행히 출발과 동시에 비도 그치고 날씨도 점점 맑아지기 시작합니다.
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전기면도기를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편의점에서 일회용면도기 하나 사야지~ 했는데... 편의점 지나갈때마다 까먹습니다.
수염이 거뭇거뭇해지기 시작하네요.
여전히 남서풍이 불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바람을 등지고 갈 수 있습니다.
한적한 풍경을 즐기며 슬~슬~ 달려갑니다.
저건뭘까... 성산일출봉인가? 하고 멈춰서서 찍어봅니다만, 성산일출봉과 정 반대 위치인 여기에서 성산일출봉이 보일리가 없습니다.
날씨가 점점 좋아집니다. 입고 있던 방풍자켓도 벗어버립니다.
울산에는 날씨가 많이 안좋은가 봅니다. 아내부터 시작하여 울산의 지인들이 날씨가 괜찮은지를 계속 물어오기에 위 사진들을 찍어 보내줘서 염장질을 합니다.
이제는 바람을 등지고 있어서 패달질을 조금만 해도 앞으로 쑥~쑥~ 나갑니다.
옛날... 14년전 신혼여행 왔을때 들렀다가 택도 아닌 가격에 놀라고, 시간대도 안맞아서 그냥 지나친 잠수함 타는 곳입니다.
날씨는 좋아졌는데 바람은 아직 심해서 오늘은 운항 안한다고 하네요.
아직까지 여유가 있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탁 트인, 자전거 보관하기에도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나오기에 들러서 점심식사를 합니다.
소라가 들어간 칼국수인데... 이름을 잊어먹었습니다.
바쁠게 없습니다. 경치가 괜찮아보이는 곳 마다 멈춰서서 사진을 찍어봅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의 최대의 장점입니다. 함께다니며 이러면 민폐겠지요. ^^
중문관광단지에 도착했습니다.
코스 짜면서 보니 중문 넘어가는 길에 언덕을 넘어야 하는 것처럼 보이던데, 완만히 올라가는 길이라서 그다지 힘들지 않습니다. 평소에 자전거 타시던 분들이라면 그냥 일반적인 도로 타듯이 설렁설렁 넘어갈 정도의 수준인 것 같습니다.
제주도 올때마다 빠지지 않던 중문관광단지 입니다.
저 테디베어 뮤지엄에는 신혼여행때도 와 보고, 아이들이 아주 어릴때 아이들 데리고도 왔었네요.
아이들과 함께 왔던 길들을 자전거를 타고 다시한번 다녀보고 있습니다...
한바퀴 휘~ 돌아보고는 갈길을 향해 갑니다.
바닷물이 많이 빠져서 먼곳까지 화강암들이 보입니다. 썰물인가봅니다.
썰물에 바라보는 제주도 바다도 나름 운치가 있습니다.
중문관광단지를 지나오고나서부터 오히려 오르내리는 길들이 많습니다.
오르막인가 싶으면 내리막이 나오고, 좀 내려가다보면 다시 올라가는 길이 반복됩니다.
역시, 자전거를 좀 타시는 분들에게는 그다지 문제되지 않겠지만, 초보분들... 특히 그냥 별 생각없이 와서 제주도에 자전거길이 생겼다고 하니 한번 돌아보자... 이런 분들은 많이 힘들어할 것 같네요.
순풍을 맞으며 달려가다보니 목적한 곳에 거의 도착했습니다만, 힘이 남습니다. 이 컨디션이라면 100키로 정도 달려도 별 무리없겠다 싶습니다만, 한꺼번에 다 달리면 재미없으니 일단 멈춥니다. ^^
대충 거리만 따져가며 게스트하우스 위치를 잡았습니다만, 잡다보니 첫날도 그렇고 두째날도 그렇고... 의도치 않게 좀 외진 곳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덕분에 저녁식사를 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더군요.
오던 길에 조그마한 애견카페를 봐 둔 곳이 있어서 샤워후에 되돌아가서 간단히 먹고 들어왔습니다만, 먹는것도 중요한 분들은 숙소 위치 잡을때 조금 생각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두번쩨로 숙소로 선택한 곳도 무척 조용한 곳인데다, 한동안 공사하느라 게스트 예약을 받지 않아서 저 혼자라기에 처음엔 여자샤워실에서 샤워를 했습니다.(당연히 사장님께서 그러라고 하셨지요)
저녁 8시 쯤 되니 저처럼 혼자 여행하던 분이 당일 연락하여 입실했는데, 이분도 스쿠터로 여행하는 아가씨였습니다. 스쿠터로 혼자 여행하는 아가씨들이 드물지 않네요...
근데, 문제는 기존 건물에 칸을 더 질러서 방을 늘려놔서 그런지, 벽이 무척 얇아서... 옆방에서 옷 지퍼 내리는 소리가 다 들리더군요... ㄷㄷㄷ 작게 기침하는 소리며, 뭔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까지 들렸습니다.
다행히 옆방에 묶은 아가씨도 무척 조용한 사람이며, 저도 별로 시끄러운 소리 낼 일이 없는지라 둘 다 조용히 잠은 잘 잤(으리라 생각합니다)습니다만, 사람 많을때는 1인실이 1인실이 아닐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