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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취미는 사진을 찍는 것이었습니다.
중급기 정도로 사진을 찍다 보면 자연스럽게 SLR 클럽을 들락거리게 되고...
물론 사진의 이론적인 지식과 장비 사용법을 배우게 되지만, 그것보다도 SLR 클럽이란 곳은 지독한 장비병 환자들이 대거 상주하고 있으며, 입문자들에게 빨간줄이 있는 렌즈를 권하는... 그런 곳이더군요. 저 역시도 서드파티 렌즈를 쓰다가 성능상 별 차이없는 정품 렌즈로 넘어오기도 했구요... 렌즈를 바꾸면 사진이 더 좋아질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안되겠더군요... 계속 들락거리다가는 사진이 아니라 장비병에 걸리겠더군요.(이미 걸렸던지도...)
어떻하든지 사진에서 해어나오고자 궁리하다가 자전거를 타 보고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운동을 하면 지름을 잠재울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지요.
자전거를 사긴 사야 하는데, 어디다 물어봐야 할지 몰라서 한창 활동하고 있던 컴퓨터동호회(쿨엔조이)에 물어보는 우를 범하기도 했습니다.(컴퓨터 동호회에 자전거가 웬 말...)
그리하여 마련한 첫 MTB. 블랙캣 임팩트 익스퍼트 입니다.
시마노 데오레와 알리비오 등급의 조합이며, 딱 입문급이었습니다. 쿨엔에서 자전거를 질문했더니 자출사 라는 곳이 있다고 알려주더군요. 그리하여 자출사에 첫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아무 모임이나 막 따라나서다가 2번째인가... 산악 모임에 따라나섰지요...
결과는 업힐 하다가 앞타이어가 들리면서 뒤로 구르기 시전.. 정말 황당하더군요.
가파른 오르막에서는 올라가면서 뒤로도 넘어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자전거는 비록 입문급이긴 하지만 별 불만 없었습니다. 주변 분들도 장비 보다는 실력이라 말씀해 주시며, 저 자전거로 못가는 곳은 없다고 격려해 주시고, 모임에서도 잘 들 챙겨 주셨습니다. 하지만 저 자전거와의 인연은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나름 신경써서 묶어뒀었는데, 3달 만에 도난당하고 말았습니다.
열도 받지만 마음은 더 아프더군요...
잃어버린 자전거로 인한 빈자리는 자전거로만 체울 수 있는 법.
그 다음날부터 바로 다른 자전거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매장을 돌아다니고 정보를 찾으며 사정거리를 좁혀나간 끝에 다음 애마를 골랐습니다. 이미 자전거 등급에 대해 눈을 떴던지라 동일한 입문급으로 할 수는 없었지요. 좀 오래 타 볼 생각으로 SLX 등급의 MTB를 골랐습니다.
입문급 블랙캣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 녀석도 제 발이 되어 산과 들로 잘 달려주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라이트와 후미등 복장 등등 이것 저것 지르기 시작했고, 모임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이곳 저곳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방전된 카메라를 가지고 나왔더니 날짜가 잘못 찍혔습니다.
한때 업힐의 매력에 빠져서 울산의 업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우나 업힐에도 도전했었지요.
울산에는 마우나를 전문으로 올라가는 모임이 있습니다만, 한번도 올라가보지 않았던터라 미리 길이라도 알아볼 요랑으로 혼자서 올라가 봤었지요. 작은 가방을 어찌 달고다녀야 할지 몰라서 뒷 허브에 어설프게 달아보았었습니다.
울산의 대표 모임중 하나인 문화마당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고, 지금도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산도 겁없이 혼자서도 잘 돌아다녔네요.
이때 쯤 되니 제 자전거가 조금씩 아쉽게 느껴지기 시작하더군요. 사실 아쉬울 게 없는 장비인데... 휠셋을 바꾸려고 이리 저리 알아보다가, 휠셋 바꾸는 것 보다는 업그레이드 하는게 더 낫다는 판단 하에 업그레이드를 하게 됩니다.
카메라 장비병을 피하고 싶어서 시작한 자전거인데, 자전거를 타면서도 장비병 증세가 좀 나타났었나 봅니다.
부족할 게 없는 사양입니다. 물론 더한 자전거를 타는 분도 많지만, 저에겐 정말 부족할 게 없는 사양입니다.
2012년식이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만족스러우며 다행히도 더 이상의 장비병에 걸리지 않고 저의 발이 되어 열심히 달려주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 분들과의 인연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과 한 마음이 되어 무리지어 산을 오르는 느낌은 참 좋습니다. 자전거 타는 분들은 운동이라는 매개체로 모여서인지 선한 분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자출사 렐리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지가 언제인지... 가마득해집니다. ^^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유부남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것입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고, 아내와 함께 좋은 길을 함께 라이딩하는 꿈을 그려왔었습니다.
어떻하든 아내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리 저리 궁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용돈을 모으고 모아서 아내 생일에 맞추어 자전거를 선물했습니다.
아내도 무척 즐거워했습니다만, 착한 사람인지라 저에게 맞춰주기 위하여 일부러 저와 함께 타 주기도 했습니다.
조금씩 타기 시작하면서, 울산 근교 보다는 좀 더 경치가 좋은 곳에서 같이 타고자 하는 욕구가 불끈불끈 솟아올랐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아내가 과거에 많이 아팠던지라, 보통 사람들보다 체력이 좀 약하고 빨리 지칩니다. 그럭저럭 울산 근교는 다닐만 한데 원거리 라이딩은 아무래도 무리였습니다. 괜히 먼거리를 무리해서 끌고 갔다가 자전거에 정이 떨어지게 할수는 없었습니다.
궁리끝에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가서 함께 라이딩하고자 머리를 굴리게 되고, 고심끝에 루프케리어를 장만하게 되었네요.
자전거인의 꿈이기도 하지요.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꼭 해 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벚꽃 흩날리는 아름다운 보문호 주변을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려보고 싶었지요. 그 꿈을 이룬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무척 감격스럽더군요. 물론 아내도 매우 즐거워했지요. ^^
지금은 겨울이라 아내는 시즌오프 했지만, 날씨가 좋을때는 혼자서도 잘 타고 다닙니다. 어느 날은 저 없이 혼자서 진하해수욕장까지 라이딩 한 후에 저더러 퇴근하고 데리러오라고 연락이 와서 저를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건강도 좋아지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아내와 건강한 취미를 공유하게 되고,
아이들과도 중거리를 함께 달리며 추억을 만들기도 하고,
자전거 여행을 하며 기분전환을 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얼마 살진 않았지만, 저의 인생에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건 꽤 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자전거를 통해 항상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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