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블랙캣을 잃어버렸다.
현관앞 아파트 4~5층 사이의 층계참 난간에 자물쇠 2개로 잠궈두었던 자전거를 밤사이에 도둑이 가져가 버린 것이다. 자전거가 사라진 현장에는 절단기로 깨끗하게 잘린 자물쇠만 2개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CCTV를 확보했지만, 도둑을 잡을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처음에 자전거가 없어졌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았을때는 그저 덤덤했지만,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오른다.
옆에 큰애 자전거도 있었고, 조금 아래쪽에는 옆집사람의 자전거도 있었는데 내것만 없어졌다. 분명 자전거에 대해서도 좀 알고, 늘 같은 자리에 매어져 있다는 것도 아는 자의 범행이다. 게다가 산악용이라지만 비교적 저가의 모델을 탐을 낸걸 보면 좀 어린 애 짓 같기도 하다. 허나, 절단기를 손에 든 이상 도둑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아내는 불쌍한 사람 도와준 샘 치고, 나쁜 마음 품지 말고 잊어버리라지만...
헬멧, 고글, 장갑, 저져, 그외 자전거용 용품들...
모든게 갖춰진 상황에서 자전거가 없어졌다고 해서 갑자기 접을수는 없는 노릇이고, 마침 연휴인지라 뒤숭숭한 마음을 누르며 자전거 가게 몇곳을 다니며 블랫캣을 대신할 자전거를 찾아보았다.
자전거에 대해 잘 모를때는 그저 튼튼하고 잘 굴러가기만 하면 되었는데, 이미 잔지식이 머릿속에 들어와 있던터라... 게다가 지금 사면 또 언제 바꾸게 될 지 알수 없는데 좀 더 제대로 된 놈으로 골라야 하지 않나 싶었다.
첼로 XC30, 메리다 800D, 자이언트 XTC3 이 세 모델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다.
그러나, 한 곳에서는 자이언트 XTC1 작년모델을 좀 싸게 주겠다며 권했고,
다른 한 곳에서는 베르가몬트 풀XT 급을 싸게 주겠다며 권했고,
나머지 한 곳에서는 자이언트 XTC2 모델을 좀 싸게 주겠다며 권했다.
이리하여 예상했던 금액을 초과하고...
자이언트 XTC2 모델이다.
XTC3의 검/빨이나 XTC1의 검/파 색상이 이뻐보였는데, 웹사이트에도 저 색상 뿐이고 매장에도 저거 하나밖에 없었다. 마침 사이즈도 S 사이즈로 나에게 딱 맞았고... 어찌어찌하여 결국 차 뒷좌석에 싣고 오게 되었다.
XTC2 모델임을 식별할수 있는 부분이다.
XTC 시리즈가 모두 같은 프래임을 쓰기 때문에 저렇게 구분하나 보다.
변속레버 및 구동계 부분이 SLX급이며, 뒷디레일러는 XT이다.
야간 라이딩을 위한 XML-T6 라이트이다.
브라켓은 블랫캣과 함께 잃어버렸기에 매장에서 얻어왔다.
데오레급의 유압식 디스크 브래이크이다.
XTC1은 이것보다 한단계 위라던데, 재동력은 이정도도 매우 훌륭하다. 바퀴가 미끄러지면 미끄러졌지 브래이크가 미끄러지지는 않는다.
샥은 락샷 레콘 골드 싱글 에어샥인데, 아직까진 이전의 스프링샥에 비해서 부드럽다는 건 못 느끼겠다.
내가 충격이나 진동에 둔한건지.
자물쇠와 허접한 전조등/후미등을 기본 서비스해 주겠다는거 거절하고, 캣아이 후미등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주고 나서 손해란 걸 깨달았는지 마무리 작업하고 있는데 와서 속았다고 꿍얼거리는 샵 사장님...
안장은... 장점을 모르겠다.
이전 안장이 그래도 전립선보호 안장에 속하는 센터홀 안장이었는데, 그것보다 못한건 아닌지...
스프라켓은 10단이다. 2010년식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사실 2010년식 XTC1을 포기하고 2011년식 XTC2를 선택하는데 가장 큰 영향력을 준 부분이다.
샥잠금 리모트 부분.
말이 좋아 리모트이지... 그냥 조절 레버이다. 레버를 누르면 잠기고, 그 아래의 버튼을 누르면 열린다.
리모트 잠김 부분.
페달은 그냥저냥한 웰고 페달.
그냥 심플해 보여서 골랐는데, 골라놓고 보니 튀지도 않고 색깔이 잘 맞는다.
물통케이지도 약간 사용감 있는 넘을 달아주던데... 걍 넘어갔다. 뭐 눈에 띄는 놈도 아니고.
다만 전용 물통이 아니고 500ml짜리 생수통을 꽂았더니 너무 헐거워서 사진처럼 벨크로 케이블타이를 묶었더니 물통을 거꾸로 꽂았을때 딱 맞게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차대번호.
지난번 블래캣의 차대번호를 찍어두지 않은게 후회된다. 그땐 차대번호가 어디 있는지를 몰라서 샥에 있는 번호를 찍어뒀었는데... 이번엔 사진 찍으면서 제대로 찾아 찍었다. 음각으로도 찍혀 있고, 옆에 스티커도 붙어 있다.
카메라 지름신 쫒기 위해서 시작한 자전저타기가 일이 점점 커져서 풀세트로 차려입고 산에 올라가기까지 되어버렸다.
돈은 좀 들었지만, 그냥 써서 없어지는것도 아니고 건강을 위한 투자이다보니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번엔 도난당하지 않고 프래임에 금 갈때까지 잘 타야 할텐데.
어제 밤에도 산에 올라갔다.
업힐 하다가 거의 초죽음이 되고, 돌아올때는 다리가 풀려 고생 좀 했다. 1년간 수영하며 기초체력을 좀 길렀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꾸준히 자전거로 단련한 사람들을 따라가기에는 벅차다.
이번 주말에는 혼자서 가까운 산에 올라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