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2016.12.29 -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
매우 특이하면서도 재미있는 책이다. 쉽게 읽을수 있는 소설이면서도 감정적이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을 나열하는작가의 표현 방법을 통해 선과 악은 무엇이며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 같다.
먼저, 첫번째 작인 비밀노트(원재: 큰 공책)에서는 주인공은 ‘우리’라는 복수로 칭해지며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환경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때로는 악한 짓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지만, 때로는 선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통해 과연 선한 사람인지 아닌지 햇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상황과 환경에 따라 행동할 뿐이라 한다.
성추행 후에 협박 때문에 돈을 내는 신부의 모습에서 미리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신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이들 빨래를 도맡아 하는 하녀의 모습에서 아이들을 성추행하기도 하고 전쟁포로를 놀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이들에게 모질게 굴고 옷가지와 이불 등을 팔아버리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전쟁포로를 위해 일부러 사과를 흘려보내는 모습 등을 보며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선과 악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엄마와 동생의 죽음 앞에서도 감정적 표현 없이 땅에 묻어주는 모습, 할머니가 쓰러졌을 때 씻기고 뒤처리를 해 주고 밤새 간호하였지만, 다음번에 쓰러질 때에는 독약을 쓰라는 할머니의 말을 그대로 따르기도 하고, 아버지를 지뢰밭에 앞세워서 죽게 한 후에 그 발자취를 따라 국경을 넘는다던지 하는 모습에서 냉담함을 넘어 잔혹함마저 보여주기도 한다.
두번째 작인 타인의 증거(원재: 증거)에서는 쌍둥이 중에서 뒤에 남은 루카스의 관점에서 진행이 되는데, 사실 나는 이 내용 만으로는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각각의 등장인물의 감정표현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일인 ‘소설 쓰기’를 표현하고자 한게 아닌가 싶다. 쓰는 행위 = 증거 이므로. 좀 어렵다.
세번째 작 50년간의 고독(원재: 세번째 거짓말)을 마지막까지 읽은 후에야 앞의 두 내용이 허구임이 드러난다. 쌍둥이는 4살 때 해어졌으며, 루카스는 요양원에 머무르다 전쟁 이후에 어느 수녀를 통해 할머니 집에 맡겨진다. 함께 국경을 넘으려던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었으며, 국경을 넘은 후에는 이름과 나이를 속이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며 위 소설을 작성한다.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고 형재를 찾아가지만, 형재 클라우스 역시 어머니의 루카스에 대한 집착으로 인한 정신병으로 인해 큰 고통을 받으며 살아왔고, 그 평화를 깨지 않기 위해, 어머니를 빼앗기고 싶지 않아 루카스를 외면하고 만다. 아버지의 불륜으로 인한 가정파괴 – 전쟁으로 인해 겪어야만 했던 아픔을 그려내는 듯 하다.
따로 따로 쓰여진 별개의 소설이어서인지 각 단락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이 소설의 특징인 것 같기도 하다.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득록(日得錄) - 정조 (0) | 2017.02.13 |
---|---|
논어 학이편 제1장 (<하루관리>중에서...) (0) | 2016.12.06 |
아주 작은 반복의 힘 (0) | 2016.12.05 |
온리 더 이노센트 (0) | 2016.11.21 |
나에게 고맙다 (0) | 2016.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