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아래 글은 좋은생각 메일진 1904호 에서 일부 가져왔다.
내가 처한 상황과 참 비슷하다.
새벽 4시 반. 오늘도 어김없이 그 시간에 눈이 떠졌습니다. 부지런하다고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제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아이를 재우려다 같이 잠들어 버렸거든요. 요즘 아이 덕분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어른'이 돼 버리고 말았습니다.
퇴근하고 두 시간쯤 엄마 아빠와 놀고 나면 딸아이는 슬슬 졸려 합니다. 주로 머리를 긁적이거나 하품을 하고 엄마에게 안아 달라고 하는 그때, 그때가 피크지요. 하지만 잠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 달라, 우유 달라, 안아 달라, 업어 달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요구는 한번 씩 다 합니다. 마음이 약해진 엄마는 처음엔 이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려고 했습니다만, 보아 하니 정말 목이 말라서, 업혀 있고 싶어서가 아니더라고요. 좀더 엄마와 놀고 싶은 일종의 어리광 같았습니다. 그래서 작전을 바꿨지요. 잠자리에서 더 재미나게 해 주는 겁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사촌 오빠, 사촌 언니에 이모, 삼촌, 할머니까지 등장시켜 이야기를 해 주고, 간지럼을 태우듯 온몸을 마사지해 주고, 아가 인형을 데려다 같이 재우기도 합니다. 그러다 먼저 엄마 아빠가 잠드는 척을 하면 "아니야~"라고 하다가 결국 쓰러져 잠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요즘 이 엄마가 '잠드는 척'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사실 아이를 재울 때 내 머릿속에는 온갖 하고 싶은 일들과 해야 할 것들이 가득합니다. 보고 싶은 드라마도 있고, 끝내지 못한 일도 있고, 청소며 빨래도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고 있지요. 그런데 그렇게 잠들어 버리니 그 유명한 <선덕여왕>이며 <아이리스>를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하네요. 며칠 전 남편에게 "나, 무슨 잠자는 공주가 된것 같아."라고 했더니, "나도 그렇긴 한데, 오히려 덜 피곤하고 일찍 일어나니깐 좋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는 뜻밖에도 내게 새벽 시간을 선물했네요. 저녁 시간과는 다르게 새벽 시간에는 무언가에 집중도 잘 되고, 생각도 정리가 잘 됩니다. 축 쳐져 있던 몸도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덕분인지 개운해져 있고요. 끝내지 못한 일들도 좀 더 능률적으로 끝마쳐 집니다. 좀 엉켜 있던 감정도 훨씬 부드럽게 풀리고 온갖 걱정거리들의 무게도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모든 것을 잊고 잠자리에 들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모든 것을 다 하지 못해, 할수 없어 괴로웠던 하루의 짐을 그냥 내려놓고 잠시 쉬어야 할 때가 있나 봅니다. 요즘 아이를 재우며 픽 쓰러져 자기 일쑤인 엄마가 위안 삼아 힘을 내는 작은 깨달음입니다.
글 : 좋은생각 단행본편집실 송도숙
보관하고싶은 글을 만나면 메일함에 그냥 처박아 두기 일쑤였는데, 블로그를 쓰다 보니 편리한 점이 있다. 날아가지만 않으면 계속 나의 기록으로 남겨둘 수가 있으니 그때 그때 넣어두면 된다.
위의 글도 현재의 나의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진다. 퇴근하여 집에 도착하면 거의 저녁 8시 반이 되는데, 이때 아이들은 돌아가며 안아달라고 나에게 매달린다. 20킬로그램을 훌쩍 넘어버린지라 안고 있기가 힘에 부친다. 조금 안고 있다가 이내 힘에 부쳐 내려놓고는 옷 갈아입고 운동할 준비를 한다. 때때로 날씨가 너무 춥거나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냥 소파에 앉아서 쉬려고 하면 애들은 턱 밑까지 다가와서는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쫑알거리거나, 유치원에서 만들어 온 것 또는 미술학원에서 그려온 것들을 들이밀며 자랑을 하고 칭찬을 받고 싶어한다.
이때 나는 애들의 작품에 공감하며 반응을 잘 해 주어야 하는데, 하루종일 정신 노동을 하고 돌아와 머릿속이 혼미한지라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잠시 관심을 가져주는 척 하다가 애들을 쫒아버리기 일쑤다. 때로는 시끄럽다고 애들을 혼내기까지 했다.. 좋은 아빠 되기는 틀렸나 보다.
애들 엄마도 불평을 토로한다. 선덕여왕, 아이리스 보고싶지만 애들 일찍 재워야 일찍 일어나서 유치원 갈수 있다고 재우는데 동참해 달라고 한다.
문제는, 나도 컴퓨터 좀 하고 싶은데 같이 누워 있다보면 그만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린다는 거다...
어제는 아무 소리 않고 애들을 컴퓨터방으로 대려와 애들 이야기도 들어주고, 좋아하는 컴퓨터 애니메이션도 보여주며 같이 이야기하며 애들과의 시간을 좀 더 가지려 했다. 평소에 애들과 잘 놀아주지 않았더니 이거..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겠다. -_-
내 아내가 하는 말이 있다. "이러는 것도 한 때야. 나중에 애들 크고 나면 같이 놀고 싶어도 놀지도 못해요."
그동안 내가 그래도 애들에게 잘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완전 빵점이다.. 쩝.
애들이 뭘 원하는지 좀 더 귀를 기울이며 들어줘야 겠다.
'아름다운 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의 마음 (0) | 2010.04.26 |
---|---|
예쁜 말, 재치 있는 말 (0) | 2010.04.26 |
풀 먹는 호랑이와 고기 먹는 소 (0) | 2010.04.26 |
나무에게 말 걸기 (0) | 2010.04.26 |
잊었던 꿈을 다시 펼쳐보세요. (0) | 2010.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