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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되지 않으면
나무와 말할 수 없다는 것인가.
나무는 말이 없다.
50년을 살면서
내가 제대로 말을 건 사람은 몇 명이던가
그러고 보니 나는 아내에게도
아직 말을 걸지 못했다.
20여년 동안 몸을 섞고 살면서도
나는 아내가 되지 못했다.
나는 아버지가 되지 못했고
선생이, 친구가, 시인이 되지 못했고
나무가 되지 못했다.
박두규 시인의
나무에게 말 걸기 라는 시 입니다.
사람들은 달나라에 방문하면서도
옆 집은 방문하지 않고,
원더걸스의 소식은 귀 기울이면서
내 친구의 고민은 모른체 살아갑니다.
진정한 친구가 필요하다면
먼저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세요.
좋은생각 2008년 10월 16일 메일에서 인용했다.
내 아내는 친구가 많다.
이사오기 전에도 옆집 여자랑 절친하게 지냈고, 이사 온 날 옆집 여자랑 같이 자장면을 시켜 먹었다. -_-
수년 전에 해어진 학교 후배를 다시 만나서 날마다 같이 운동을 가기도 하고.. 여하튼 가는 곳마다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을 만나는 과정을 보면 참 특이하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오기 전 일이다.
그때만 해도 옆집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다. 다들 그렇듯이 이웃이라 하더라도 아파트란 곳이 어느정도 삭막한 곳이지 않은가. 뭐 어쨌든 그쪽에서 살면서 우리는 큰 애를 낳아 길렀고, 이웃집은 우리보다 1년 정도 늦게 애가 들어섰던 모양이다.
분위기로 봐서는 애 낳으러 간것 같던데, 2~3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었다. 옆집에 들락거리는 것이라 일부러 관심가지지 않아도 어느정도 들어가고 나가는 건 알수 있는데, 애기를 낳고 나서 부부만 왔다가 남편은 다음날 아침에 다시 출근을 했다.
애기를 낳아봐서 알지만, 애기 낳고 나서는 한동안 움직이는 것도 힘들고, 애기 뒷일 하는 것도 초산 산모에게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보통은 그런 시기에 친정엄마나 언니, 동생이 와서 도와주기 마련인데, 보아하니 아무도 도와주러 오진 않은 분위기였다.
내 아내는 1년전에 애기를 낳은 터라 그런 산모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아내는 시장에 가서 미역을 사 와서는 미역국을 큰 냄비 한가득 맛있게 끓여서 냄비 채로 들고 옆집으로 가서 밸을 눌렀다.
가장 힘든 시기에, 먹는것도 재데로 못 챙겨 먹고 힘든 몸을 가누고 있는 그런 시기에, 산모에게 꼭 필요한 따뜻한 미역국이라니.. 들어가서 밥을 차려 주었다고 한다.
겨우 얼굴만 아는 이웃에게서 밥상을 받은 산모의 마음이 어땠을까?
내 아내는 이런 식으로 사람을 사귀었다.
어찌 친구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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