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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글을 읽어보기도 하고, 자료도 찾아보다가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가 대학 1학년때 였습니다.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서 삼보 트라이젬 16비트 컴퓨터, RAM 640kb, 플로피디스크는 5.25인치와 3.5인치 두대를 설치하고, MFM 방식의 하드디스크를 무려 20 매가바이트 씩이나(?) 장착한 컴퓨터를 하나 장만했었지요. 지금 보면 저게 뭐야.. 하겠지만 그 당시는 하드디스크가 아예 없는 모델이 대부분이었으므로 대단한 물건이었습니다.
그걸 사고 나서 공 디스켓을 한통 들고 삼보컴퓨터 매장을 내집처럼 들락거렸는데, 그 때 매장에 매킨토시가 한대 있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모델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검색해보니 기억속에 남아있는 놈이 매킨토시 IIcx 모델의 외형과 가장 흡사합니다. 가로로 뚫린 통풍구 사이에 3.5인치 플로피디스크 삽입구가 숨겨져 있었으며, 바탕화면에 떠 있는 디스크를 휴지통에 집어넣으면 디스크가 전동식으로 스르르 나오는 모습은 정말 신기하고 멋있었습니다.
윈도우 2.01 버전이 매니아들 사이에 떠돌던 시기였는데, 그 허접하기도 하고 16비트 컴퓨터에서는 무거워서 사용할 수 없었던 윈도우에 비해 아주 매끄럽게 움직이는 맥오에스는 예술 그 자체였었죠. 매장에 갈때마다 그걸 가지고 논 덕분에 원버튼 마우스의 사용법이 손에 익어 윈도우 3.0 시절에도 맥의 원버튼 마우스를 사용하듯이 메뉴 창을 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윈도우 메뉴창에서도 클릭-드래그하는 원버튼 방식의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당시 맥에 에어하키 게임이 기본으로 깔려 있었습니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퍽을 후려쳐서 상대방 골대에 넣으면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유리창 깨지는 소리!!! IBM-PC 계열과 비교 자체가 안되었습니다......
내일 모래 50을 바라보는 지금, 죽기전에 macOS를 써 보고 싶은 이유는 그 당시의 감성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혹시 지금의 맥에도 그 당시의 에어하키가 깔려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이후로 맥이 너무 많이 바뀌었더군요. 삽질도 여러번 했고... 영상이나 사진으로 만나는 macOS의 모습은 당시의 흔적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맥북프로 구입 가능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신형 맥북프로의 구입을 앞두고 빅서에 대해 자료들을 찾아보니, iOS / iPadOS와 거의 흡사하네요. 독 바도 그렇고 메뉴바와 창 형태, 위젯까지 아이패드 프로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제가 기억하던 그 시절의 맥을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한편으로는 인터페이스의 통일을 통해 동일한 사용자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애플의 전략이 놀랍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해 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맥을 사용하도록 하려는 전략이겠지요. 따로 배울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함으로써 사용자층도 늘려갈 것이고... 아이패드 앱을 그대로 (또는 적은 수정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사이즈 큰 아이패드를 사느니 맥북에어를 구입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텔 CPU를 버리고 자체 개발한 M1 SoC를 사용하는 것으로 인해 더 이상 윈도우를 매끄럽게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으로 의견이 분분한 것 같습니다. 저야 윈도우 노트북이 2대나 있으니 고려 대상이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 상 윈도우 없이 업무를 하는 것에 제약이 많으니 어쩔수 없는 부분이지요.
지금껏 애플이 하듯이 결국 인텔/윈도우와의 호환성을 과감히 집어던지고 그들이 하고싶은데로 밀어붙이겠지요.
그런데, 빅서가 아이패드 오에스와 무척 닮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합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사용자가 아이맥, 맥북 사용자보다 월등히 많습니다만 그 사람들이 공인인증서 안된다고, 윈도우 앱 실행 안된다고 뭐라 그러진 않거든요.
즉, 태블릿 PC에서 확장된 형태의 노트북을 보듯이 아이패드에서 확장된 형태의 맥북을 생각한다면 이건 애플이 가고자 하는 당연한 행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전 세계에서 애플의 컴퓨터 점유율은 높지 않습니다.
그들이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며 아이폰, 아이패드 사용자를 맥으로 끌어들여서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면 이번 M1 칩은 당연한 선택이며, 전문가 및 프로 사용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물러서지 않고 전 라인업을 밀어붙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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