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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SLR클럽' 이란 키워드로 검색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뜬다. ^^
일단 클럽 웹사이트가 가장 먼저 뜨고, 두번째로 클럽을 힐난하는 글이 바로 아래에 뜬다. ㅎㅎㅎ
힐난하는 내용이야 뭐 방문해서 직접 읽어보면 될 일이고...
내가 보기에도 SLR클럽은 장비 위주의 클럽으로 보인다. 나는 잘 모르지만, 실재로도 카메라장비 관련 사이트로 출발했다고 한다. 따라서 다른 어느 곳보다 하드웨어 관련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하드코어 동호회 사이트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장비 관련 '뽐뿌'를 상당히 많이 주는 사이트이다.
실제로 파코즈나 쿨엔조이 같은 하드웨어 사이트를 들락거리다 보면 괜히 내 컴퓨터가 구식인 것 같고 내 케이스가 볼품없어 보이며, 특정 시간에 특가에 올라오는 품목은 무지하게 저렴해 보이며 덩달아서 지르게 된다.
나도 비디오카드 업그레이드 후에 발열 문제를 견디지 못하여 해결 방법을 검색하다가 쿨엔조이에 들르게 되었고... 몇개월 후에는 하이엔드는 아니지만, 당시 기준으로 가장 잘나가는 사양으로 시스템 전체를 업그레이드 하고야 말았다.
SLR클럽도 마찬가지다.
카메라 사고 나서도 저런 사이트가 있는줄도 몰랐다.
어쨌거나 DSLR을 손에 들었고, 장비 사용법은 메뉴얼만으로는 부족하고 하여 사진 관련 정보 및 출사라도 따라다니며 사진 좀 배워보려고 검색했다가 발견한 사이트인데... 1면에 올라오는 사진은 대부분이 노출이 심한 여성 모델 사진이며(그중 일부 사진은 여성의 특정 부위를 부각시킨것도 많다.), 포럼의 내용은 대부분이 카메라 장비 및 렌즈 관련 글이다.
게다가 초보를 자처하며 장비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상당수가 풀프래임 바디에 캐논 기준으로 L 렌즈를 추천한다.
풀프래임 바디는 각 카메라 메이커의 하이엔드급 바디이며, 그 숫자도 많지 않다. 오히려 보급기종이나 중급기종으로 발표한 크롭 바디가 모델도 다양하고 숫자도 훨씬 많다. 즉 카메라 메이커도 취미 사진가 및 아마추어 사진작가를 위해서 보급형과 중급형 바디를 출시했을 텐데... 특이하게도 저 클럽은 초급자에게도 망설임없이 풀프래임 바디를 권한다.
게다가 각 메이커별로 렌즈 종류는 또 얼마나 많나... 특히 캐논은 숫자를 세기도 힘들다.
그 많은 렌즈들 중에서 무조건 비싼 L 렌즈를 권하는 걸 보면 위화감마저 느껴진다.
가장 저렴한 풀프래임 바디에 기본이 되는 표준줌 렌즈를 신품으로 구매하게 되면 500만원이 넘어버리는데, 취미를 위하여 그정도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 그 경재력(인지 만용인지는 알수 없지만)이 부럽다.
어떤 사람은 장비를 위하여 본의아니게 아내에게 거짓말도 하게 되고, 아내 몰래 뒷주머니를 차기도 한다는데... 이게 어디 간단히 거짓말하고 뒷주머니를 차서 해결될 금액이란 말인가... -_-
한때 취미는 그냥 소일거리로 간단히 할수 있는 그런 것인줄만 알았다.
하지만, 겪어보니 싼 취미가 없다. 물론 자동차 튜닝이나 오디오 쪽 같은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취미도 있는게 사실이지만 조깅이나 경보 하는데도 운동화 및 운동복에 몇십만원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심지어, 살을 빼기 위해 아내가 탁구를 시작했는데... 탁구 라켓 하나 가격이 적어도 25만 이상을 줘야 그나마 쓸만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할말을 잊었었다.
위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한때 컴퓨터에 미쳐있었고, 각종 부품 업그래이드를 위해 백수십만원을 쏟아 부으면서 손이 떨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중급기 카메라와 표준줌렌즈, 필터 및 후드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한대 값으로는 터무니없이 모자란다. 근데도 SLR클럽에서는 내 장비는 장비라는 말도 못붙인다... -_-
알수 없는 일이다.
내가 만약 경재력이 철철 넘쳐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다면... 그들 처럼 L 렌즈들을 냉장고만한 제습함에 전시해 놓고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게 될까?
다른 글에도 적었지만, 카메라를 한번은 꼭 사 보고 싶었다.
가까운 사람이 큼지막한 카메라 들고 있는거 보고는 얼마면 살수 있는거냐고 물어보니 160만 정도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소리에 카메라 사고 싶다는 마음을 싹 접었었다. 그 시절만 하더라도 결혼 초기라서 집안에 돈은 하나도 없고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기였으니까.
결혼전에 직장생활 하다가 떡값으로 장만한 3백만화소의 똑딱이 올림푸스 카메라와 허접한 미니삼각대 만으로도 스넵사진 많이 찍었고 신혼여행때도 요긴하게 사용했다.
결혼 후에는 DSLR이 거금이 들어간다는 걸 알고나서는 해외출장 갔다와서 출장비 남은걸로 삼성의 자그마한 신형 똑딱이 카메라 하나 장만해서 아이들 사진 및 동영상도 한번씩 찍었었고, 그걸로도 행복했다. ^^
우연한 기회에 우발적으로 지른 DSLR. 캐논 60D와 17-55is, 별도로 구입한 렌즈 후드와 슈나이더 프로택트 필터.
(사실 렌즈는 탐론 17-50에서 최근에 캐논 17-55is로 갈아탔는데, 아내는 렌즈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전자부품이나 기계 쪽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지라 카메라바디에 시커먼 렌즈가 달려있다는 것만 알고 있지, 모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옆에서 보면서도 모른다. -_-)
이거 장만하는데 250이 넘었다. 내 경재력 기준에는 상당히 과한 물건이며, 여기에 렌즈를 추가한다는 건 경재력을 떠나서 내 사진 실력에는 사치에 가깝다.
장비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셔터 속도가 빨라서 똑딱이로는 잡을 수가 없었던 순간을 잡을 수가 있고, 훨씬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으며, 남들처럼 배경을 날리고 인물을 부각시킨 사진도 찍을 수가 있다. 게다가 멋있다.
하지만 아직 찍는 실력은 모자란다. 60D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줄도 모르며 17-55is 렌즈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낼 줄도 모른다. 좀 더 다양한 사진을 찍으며 구도를 익히고, 상황에 따라 장비 세팅을 조절하여 사진 찍는 법도 익히고, 특히 설치해 두기만 하고 리사이즈 말고는 사용할 줄을 모르는 포토샵과 라이트룸 공부도 해야 한다.
이런 나에게 장비에 대한 '뽐뿌'는 사치이다.
탐론 17-50vc 렌즈 처분 때문에 어쩔수 없이 클럽에 계속 들락거렸는데, 장비 관련 글을 보며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면 당분간 클럽을 끊거나 포럼 출입을 삼가해야 겠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이쁜 아내를 좀더 이쁘게 찍어주는 것에 집중해야 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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