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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사랑밭 새벽편지 2006년 11월 10일자 메일에서 가져왔다.
부끄러운 내 자신
저에게는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결혼을 위해 서로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는
20대 초중반의 남녀입니다.
그 사람과 교제를 시작하던 무렵,
저랑 사귀는 걸 저희 엄마께 들켰고
곧은 성품과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또 저와 저희 가족을 위해주는 마음씨에
저희 엄마께서도 교제를 승낙하셨죠.
그 사람이 저희 엄마를 찾아뵌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생전 딱 한번 뵈었지만 제일 예뻐하시는 손자이니만큼
저를 "손자며느리, 손자며느리" 하시며
예뻐하셨기에 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저는 아버님과 어머님을 처음 뵈었고,
그 사람이 왜 여태껏 부모님을 제게
소개시키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아버님은 소아마비, 어머님은 중풍에 치매...
자신의 부모님이 부끄러웠던 것입니다.
다리에 근육이 없고 짧아져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아버지와
치매로 인해 초등학생보다 더 낮은 지능의 어머니.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며,
"왜 진작 얘기하지 않았어? 내가 그렇게
나쁜 여자로 보여?" 했지만
내심 실망스럽고 또 앞으로 고생할 제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이 피어올랐습니다.
그렇게 첫 대면 후 자주 아버님과 어머님을
찾아뵈었지만 잘해드리지도 못하고 오히려
자식보다 더 귀한 공주 대접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 분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술이 얼큰하게 취하신 아버님은 말씀이 참 없는 분이신데
그날따라 제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아름아, 아버지가 못나서 참 실망 많았지?"
그 말에 전 그냥 고개를 떨어뜨렸습니다.
아버님은 당신 자신이 부족해서 아들까지 낮아져
보일까봐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자신 때문에 헤어지지 말라 하시더군요.
외동아들이 결혼할 여자라고 저를 데려왔을 때
그 자리에 계신 큰아버님이나 작은아버님을
아버님이라고 하고 결혼할 때까지
속이려고까지 하셨답니다.
그리고 제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상견례 할 때나 결혼할 때
부모님 석엔 큰아버님이 앉으실 게다."
눈물을 글썽이는 아버님을 보며,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장애는 그저 몸이 불편한 것뿐,
저와 다를 리가 없는데 창피함과
속상함에 저도 그냥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이제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려 노력중이구요.
또한 제 친구들이 제 남자친구와 아버님을
불쌍히 여길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더 불쌍해 보인다며 웃으며 자리를 박차기도 합니다.
아버님, 어머님. 아니, 아빠, 엄마.
항상 건강하시고요.
며느리이자 딸인 제가 항상 두 분을
제 부모님처럼 모시겠습니다.
낯간지럽지만, 이제야 솔직히 말할 수 있겠네요.
두 분을 정말 사랑하고, 감사드립니다.
착한 아들을 제게 주셔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 한아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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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떤 허물도 덮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랑이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면
더욱 견고하고 튼실하겠지요.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실 거예요.
아름님의 빛나는 사랑 덕분에요.
- 남은 날 더 힘껏 사랑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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