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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이야기
우리 한나는 얼굴도 모르는 폴란드의
미혼모 엄마에 의해 임신 7개월에 중절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양수가 터져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 쌍태아 형제는 죽고,
우리 한나만 1.52kg의 연약한 몸으로 세상에 나와
3개월을 인큐베이터에서 살고 2001년 01월 04일에
태어났습니다.
선교사인 언니로부터 가끔 한나를 키워볼 것을
권유받았으나, 나는 그때마다 단호하게 거절하였습니다.
아이를 키울 입장도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외국 아이를 키울 생각은 더욱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집안 행사에 언니의 딸 자격으로 참여한
한나를 처음 만난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작고 가녀린 몸에 슬픔이 가득한 한없이
깊고 푸른 두 눈을 대하는 순간 얼마나 가엾고
안됐던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 후 저는
'네가 이 세상에 와서 부모님의 은혜와 사랑으로
키워진 것처럼, 제는 네가 받은 것을 누군가에게
갚는 게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느냐' 는
언니의 말을 받아들이며 그 대상이 바로 한나였음을,
그래서 한나가 그리도 어렵게 내 곁으로 오게
되었음을 알았습니다.
언니와 나 그리고 동생 내외가 힘을 합해
한나를 잘 키워보자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한나는 나의 삶의 기쁨이자 보람이 되었습니다.
6살의 나이에 키 115cm, 몸무게 15.5kg 밖에 안 되는
너무나 가녀리고 병약한 우리 한나.
한국에서 생활한 1년 10개월 동안 기관지가 너무 약해서
병원을 자기 집처럼 드나들며 감기, 편도선염, 비염,
중이염, 찬공기 알레르기, 폐렴 등을 달고 살면서
우리들을 긴장시킵니다.
처음에는 어둠과 작은 바람소리에도 심한 공포를 느껴
몸을 움츠리며 자지러지게 울고, 항상 깊은 잠을
들지 못한 채 자다가 몇 번 씩 일어나 천정에
무엇이 있다고 손가락질하며 무서워 울었습니다.
정서가 심히 불안정하고 과잉행동이 많아
혹시 ADHD라는 발달장애가 아닌가 싶어
전문의 진단까지 받았던 가엾은 우리 한나.
이 모두가 엄마 뱃속에서 7개월 동안 내내 겪어야 했던
죽음의 공포에 시달린 탓임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요즘에는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우리말을 배우고,
친구들을 사귀는 걸 보면 참 대견합니다.
이제는 한글을 배워 쓰기 시작해서 아무데나
김한나라는 이름과 글씨를 써대고,
한글을 보면 글자 수에 맞춰 짐작하여
읽느라 눈치를 살피는 사랑스런 우리 한나.
자신의 금발머리와 파란눈을 엄마처럼 검정색으로
바꿔달라고 조를 때면 과연 이 땅에서 우리 한나를
잘 길러낼 수 있을지 많은 걱정이 앞섭니다.
영특한 저 아이를 마음의 흠집 없이 지금처럼
밝고 환하게 정말 잘 키워낼 수 있을지 염려가 됩니다.
지난 1년 10개월 주위의 많은 분들의
사랑과 도움으로 키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혼자 잘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교만한 마음인지, 자식은 눈물로 키워냄을
한나를 통해 배웠습니다.
한나를 생각하면 항상 눈물이 납니다.
병약한 우리 한나가 건강하고 튼튼해지도록,
밝고 환하게 자라 행복한 사람이 되어,
같은 환경의 아이들에게 꿈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 김 순 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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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야!
넌 참 행복한 아이로구나.
너를 염려하고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네 옆을 항상 지켜주고 있으니까.
언제나 건강하게, 밝게, 지혜롭게 커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는 한 마음으로 기도할게.
- 한나야! 네 앞날을 축복해. -
좋은생각 메일로 받았던 오래된 기사이다.
두고두고 읽고 싶을 때 읽고 싶어서 블로그에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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