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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생일 선물로 자전거를 한대 선물했습니다.
용돈 모아둔 것이 조금 모자랐지만, 모자라는 부분은 카드로 결재하고 몇달동안 제 용돈에서 갚아나가기로 했지요. 덕분에 몇달간 쫄쫄 굶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제가 자전거에 입문하면서 동호회 활동하며 가장 부러웠던 것이 부부가 함께하는 라이딩이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혼자 다니는 것을 즐겨하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부부가 함께 나온 것이 그렇게 부럽더군요. 언제이건 꼭 아내를 입문시키리라 마음먹었었지만, 자전거 가격이 그리 만만하지도 않을 뿐더러 아내의 반응도 미적지근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작은애가 유치원 다니던 시절이라, 아무래도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던 때였거든요.
지금은 큰애 작은애 둘다 초등학생이며, 엄마 아빠가 없는 동안 큰애가 작은애를 보살필 수 있을 정도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가끔 둘만 남겨놓고 영화를 보러 가거나, 집앞에 데이트를 하러 나가더라도 둘이서 잘 놀고 있더군요. 이럴땐 아들 딸 골고루 낳지 않고 딸만 둘 낳은 것이 훨씬 다행스럽습니다.
아이들이 좀더 독립적이다보니, 아내도 자전거 선물에 대한 반응이 많이 좋아졌더군요. 어느 정도 관심도 있어 하구요.
아내 키에 맞추어서 자전거를 고르다 보니 제약이 많았습니다만, 결국 가까운 샵에서 저와 같은 자이언트 XTC 모델을 골랐습니다.
160이 안되는 키인데 크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만, 다행이도 시승해 보더니 아주 편하다고 하네요.
스템이 60mm 짜리가 장착되어 있던데, 원래 60mm 달려나오는지 아니면 피팅하면서 바꾼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자전거는 샀으니 슬슬 시동을 걸어야겠죠.
저녁에 커피 한잔 하러 나가자고 살살 꼬드겼습니다. 추워서 나오기 싫다는 걸 잘 달래서 데리고 나왔죠.
우선 집에서 가까운 선바위 한번 찍어주고, 길 건너 오면서 가끔 들르던 커피샵에 들렀습니다.
헬멧은 제것과 같은 루디 스털링을 사 주었어요. 제가 다니는 회사 임직원몰에서 스털링을 인터넷 최저가보다 5만원 정도 더 싸게 판매하거든요. ㅎㅎ
고글은 아직 사지 않았습니다만, 이것도 조만간 장만해 줘야 할거 같네요.
한번 타 보더니 좀 재미도 있고, 탈만한가 봅니다.
그 다음날 교회 모임이 있었는데 자전거타고 가 보자고 제안을 하네요..
참고로 집은 울산 남구 무거동이며, 교회는 북구에 있습니다. 편도 약 20km의 거리. 자출족에게는 우스운 거리이지만, 갓 입문자가 쉽게 왕복할 만한 거리는 아니죠. 정말 괜찮겠느냐고 몇번 물어보고는 출발했습니다.
역시나 초보인지라 케이던스가 안되다 보니 가면서 채력을 상당히 소진하더군요.
가면서 페달링 방법에 대해서 몇 번이나 조언해 주고 앞에서 끌어주다가 뒤에서 따라가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간신히 모임장소까지 도착했습니다. 올때는 케이던스에 좀더 신경쓰고, 아내가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시속 16~17km에 딱 맞추어 앞에서 정속으로 달렸더니 깔끔하게 잘 따라오더군요.
워낙 신경써 가며 다녀오느라 사진이 없네요.
교회까지 다녀오더니 아내 간이 커졌습니다. 간절곶을 가자고 하더군요... -_-
집에서 왕복 60km 정도 되며, 강변처럼 평지가 아니고 업힐과 다운힐이 마구 섞여 있습니다. 갓 입문자에게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거리입니다. 근데, 한번 가 봐야 겠다네요...
시간을 넉넉히 잡고 길을 나섰습니다.
라이딩 자체에 지치지 않도록 속도를 늦추어 경치 구경하며 느긋하게 움직였습니다. 코스도 도로쪽 보다는 경치 좋은 임도 쪽으로 잡았지요. ^^
아내가 자전거여행 나온거 같다며 무척 좋아하더군요. 사실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 몰랐습니다.
인적이 드문 도로 따라서 가로수가 멋들어지게 심겨져 있는 길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렸습니다.
철길 옆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가기도 하고, 산과 강이 어우러진 길을 느긋하게 달렸지요. ^^
진하해변에 도착했습니다.
자전거 입문하며 꼭 아내와 함께 달려보고 싶었는데, 꿈을 이루었네요. ^^
진하까지 달려오더니 배가 많이 고프다네요. 아내는 제 취향을 존중하여 경양식도 괜찮다고 했지만, 오늘은 아내를 위한 날이었지요. 아내의 의중에 따라 아내가 먹고싶어하던 집으로 향했습니다. ㅎㅎ
식사하며 내다본 바깥 풍경이 나름 운치가 있네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둘이서 오붓하게 식사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원래 계획은 간절곶이었습니다만, 식사 하고나니 배도 부르고... 간절곶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귀가시간이 많이 늦어지겠더군요. 아이들끼리 너무 오래 두는 것도 좋지 않고 해서, 간절곶은 다음에 오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속도도 내지 않고 천천히 다녀왔지만, 그래도 운동효과는 상당하더군요.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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