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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 애용하는 서민의 발, 버스. 만날 만원이긴 해도, 얼마 전 그날따라 진짜 붐비더군요!
어쩌다 보니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확하게 말하면 앞 뒤로 심히 밀착된 어떤 남자 등과 어떤 여자 등 사이에 엉거주춤 끼었습니다. 어차피 다섯 정거장만 가면 내릴 참이라 불편한데도 그냥 꾹 견뎠지요.
버스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하는 동안, 우연히 제 시산이 어떤 '커플'에게 닿았습니다. 반백의 할머니와 히끗히끗 머리가 세기 시작한 중년의 아주머니. 할머니는 자리에 앉아 있고 아주머니는 그 옆에 서서 눈을 맞추며 재밌게 대화를 나누시더군요. 할머니의 흘러내린 머리칼을 아주머니가 손으로 다정하게 쓸어 올려 드리기도 하면서요.
"어머님, 오늘은 날씨가 꽤 매서워요."
"그러게. 그래도 옛날보다는 낫지. 한강도 꽁꽁 얼었을 정도니까."
"어머, 그때 얘기 좀 해 주세요......"
좌석 바로 앞에 쇼핑백들이 꽤 있는 걸로 보아 두 분이 어디 좋은 데라도 다녀오시는 길인가 보다 했습니다. 그리곤 모녀인지, 혹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인지 속으로 생각해 봤지요. 무뚝뚝한 성격의 저는 둘 중 어떤 관계로도 해당사항이 없어서인지, 참 보기 좋더라고요. 부럽기도 하고요.
잠시 궁금해하던 저는 할머니께서 옛날에 얼마나 추위가 대단했는지 손짓까지 해 가며 말씀하시는 걸 슬쩍 엿들었답니다. 제법 말솜씨가 있으신 할머니의 이야기에 저 말고도 근처에 서 있던 승객들도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이번 정거장은 강서초등학교입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안내 방송에 할머니가 말씀을 멈추고 일어나셨습니다. 아주머니도 할머니를 따라 쇼핑백을 들고 일어나 하차하는 문 쪽으로 향하셨어요. 역시 할머니를 조심스레 부축하고선요. 앗, 그런데 문이 열리자 할머니는 내리셨지만 아주머니는 그대로 버스를 탄 채 밖을 향해 빠이빠이 손을 흔드시는 겁니다.
"잘 가세요~. 길 조심하시고요."
저도 그렇지만 몇몇 분들도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잠시였지만 살가운 모습이 하도 인상적이라, 시어머니인지 친정 어머니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어쨌든 '어머니'를 따라 아주머니도 내리실 줄 알았거든요. 결국 그모습을 살피던 한 아주머니께서 입을 여셨습니다.
"저어기, 저 분이요, 어머님이세요? 아니면 친정엄마?"
"아, 아니에요. 아까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분이에요."
"네? 정말요? 근데 어머니라고 부르시는 것 같던데."
"맞아요. 오늘 처음 뵌 분이긴 해도, 어머니나 마찬가지죠. 어차피 저도 누군가의 딸인걸요. 저희 어머니도 어디 다니실 대 남들이 많이 도와주신대요. 그거 생각하면 할머님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요."
아, 저는 그렇게 어느 날 만원 버스 안에서 참 아름다운 분을 만났습니다.
<출처 : 좋은생각사람들 단행본 편집실 이지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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