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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프로그래머의 꿈을 키웠던 적이 있다.
중학교 3학년때 처음 배운 8비트 베이직 언어는 나에게 컴퓨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컴퓨터는 정확히 입력한 대로 움직인다. 컴퓨터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을 입력하였기 때문이다.
그 점은 나를 크게 매료시켰다.
간단한 게임을 프로그래밍 하며 희열을 느꼈고, 조금씩 완성시켜가며, 실행해 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과정은 나에게 큰 만족감을 가져다 주었다. 당연히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교에 진학해서 처음 접한 아래아한글(1.2 버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은 그 당시 나에게 워드프로세서(기계)를 뛰어넘는 대단한 소프트웨어였다. 당시 우리집에는 특이하게도 워드프로세서 전용기가 있었다. 5줄 까지 표현해 주는 흑백 액정을 보며 글을 입력하는 기계였으며, 공백이나 영문도 전부 전각으로 처리되는거 였다. 아마도 타이프라이터에서 조금 진화한 형태였던걸로 보인다.
하지만 아래아한글은 그 자채로 글자에 윤곽선, 음영 확대 등의 효과를 줄 수 있었고, 공백과 영문을 반각으로 처리함으로써 가독성을 높인 멋진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회사에서 많이 사용하는 보석글이나 관공서에서 사용하던 하나워드 등은 글자에 효과를 주고 싶으면 텍스트 상태에서 특수기호를 이용하여 효과명령을 넣는 형식이었지만, 아래아한글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사용함으로써 화면에서 모든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뭐.. 혁명 그 자체였다. 값어치를 하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했고, 정품 구매를 결심했다.
당시 평범한 대학생 신분이던 나에게는 상당히 비싼 물건이었다. 2.0인지 2.5인지 정확히 어느 버전을 구매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확장팩 까지 구매하기에는 너무 비싸서 기본팩만 구매했던 걸로 기억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20만원대 였던걸로 기억난다.
이때 구입한 아래아한글은 윈도우용 3.0, 95, 97, 워디안 등을 거쳐 2002 버전까지 업그레이드 했다.
참 황당했던 건, 나는 거의 20만원 가까이 지불하고 정품으로 사용하던 프로그램을 어느날 한글 815 라는 이름으로 단돈 만원에 팔아먹더라는 거다. 도데체 몇십만원씩 지불하고 사용하던 나는 도데체 뭐냐?
내가 백신을 처음 접한건 V2plus 시절이다. 당시 국내에 존재하는 12종의 바이러스를 잡을수 있다며 광고하던 프로그램이다. 컴퓨터바이러스뉴스 라는 책에 번들되어 공급되던 프로그램이었으며, 그 당시에는 무료 버전이었다. 당시에도 국내에는 맥아피의 scan 이라는 프로그램도 있었으나, 국내에 존재하지도 않는 수백종의 바이러스를 검사하느라 v2plus에 비해서 엄청나게 느린 바이러스 검색 속도를 보여주었다. 뭐. 선택은 분명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백신은 v3pro 2000 버전인가를 정품 구매하면서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내모난 철상자에 담겨서 판매되었었기에, 상자는 작은 크기의 책을 꽂아놓는 용도로 사용했었다. 꾸준하게 사용했었고, v3pro 2004 발표 시기에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2004 버전을 무료로 얻어서 사용하기도 했다. 2007 플래티넘을 거쳐서 v3 365로 업그래이드 하였었는데, 이번에는 바이러스 검색 및 치료 기능이 정품과 완전히 동일한 V3lite라는 것을 또 내 놓는다.
V3 365 버전은 온라인 지원 등이 차별화되어 있다고 하는데... 난 그딴거 필요없다. 컴퓨터에 문제 생기면 내가 알아서 해결한단 말이다. 도데체 꼬박꼬박 1년에 3만원씩 줘가며 등록해서 사용하던 고객들은 도데체 바보냐?
이번엔 마이크로소프트를 보자.
LG 컴퓨터를 구입하면서 번들로 한글윈도우 3.0을 받았다. 뭐 지금에 비하면 허접하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프로그램이었다. 컴퓨터학원 강사로 일하며 한글윈도우 3.1을 좀 싸게 업그레이드 할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당연히 업그레이드 버전을 구매했고, 윈도우95 발표때에는 행사장에 직접 찾아가서 현장에서 업그래이드 버전을 구매했다. 파일을 복사할 때 파일이 날아가는 화면을 시연해 보일 때 감탄하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지금도 기억난다. 98을 거쳐 실패작으로 이름을 떨친 윈도우me 시디를 정품으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그래도 XP를 다시 구매했다.
또다시 실패작으로 이름을 날린 비스타는 LG컴을 구입하면서 번들로 얻었다. 재데로 윈도우 라는 이름을 가지고 발표된 모든 윈도우를 정품으로 사용한 샘이다.(3.0 이전 버전은 국내에서는 전혀 빛을 보지 못했다.)
윈도우7이 성황리에 발표되었다.
언론플래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많은 영향력을 가지는 블로거들을 777명이나 초대해 놓고 잔치를 벌이며 얼티밋 정품을 떠안겼으니, 블로거들이 긍정적인 후기를 올릴 것임은 당연하다. 뭐 내가 봐도 상당히 잘 만든 운영체재이며, 완성도가 많이 높아졌다. 가격만 심각하지 않다면 당연히 업그레이드 구매를 고려했을 물건이다.
발표 이전부터 RC버전을 공개했고, 일부러 유출시킨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많은 RTM 후보버전들을 유출시켰다. 유출과 함께 각종 기능 소개가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나도 잘 사용하던 비스타를 밀어버리고 RC버전을 설치했을 정도니까. 그 베타피쉬 바탕화면은 참 마음에 들었었다.
어느 카리스마 넘치는 분께서 인증툴도 만들어 주셔서 정품을 다운로드해서 사용하는 데도 문제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구매하려고 마음 먹었었으나... 이제는 그 마음을 고쳐먹어야 할거 같다.
대학생 프로모션으로, 대학생에게는 4만원 정도로 정품을 준단다. 흠. 대학생이랑 집에서 인터넷 하는 사람을 왜 차별하냐? 나는 30만원 내고 정품 구매하고 대학생은 4만원에 준다고? 그나마 최근의 소식에 의하면 프로모션 사이트가 잘못 오픈되었다고 28일에 다시 오픈한다고 하고, 그 전에 구매 절차를 마친 사람에게는 환불해 주는 것은 물론 미안하다는 차원에서 정품을 공짜로 준단다.
30만원에 팔아먹는 물건을 공짜로 준다라...
뭐... 한 마디로 제값 주고 물건 사면 그건 바보 멍청이가 된다는 뜻이다. 구매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팍 꺾어놓는다. 순진하게 구매하려는 사람을 바보취급해도 유분수지 이건 도데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아래아한글 2007 오피스 버전을 이번에 3만원인가 4만원인가에 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글815의 부활이다. 또다시 십수만원 주고 구입한 사람은 바보가 되고, 기회를 잘 잡아서 3만 몇천원에 구입한 사람은 행운아가 되는 거다. 사려고 마음 먹었었으나... 아직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도데체 뭐 하자는 것인지도 모르겠거니와... 한때 아래아 한글의 모든 기능을 꽤뚫고 일러스트래이터로나 가능할 법한 각종 팜플랫 까지도 만들어내던 실력이었으나, 이제는 hwp 포맷으로 만들어진 문서를 열어보는 용도로 밖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V3 365? 그동안 애국심(?)을 가지고 꾸준히 써 보려 했으나... 니가 날 배신했는데, 내가 왜?
마침 MS에서 공짜 백신을 내놨다. MS에서 만든 것이니만큼 윈도우와 충돌도 없고... 뭐 바이러스는 남이 잡는 만큼은 잡아주겠지. 깔아놓고 잊어버리는게 속 편하다.
이 시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기업들께 감사드린다.
내 지갑에 있는 돈 굳었다. ^^ 윈도우 사려고 조금씩 비자금 모아뒀던 것, 가족 여행이나 계획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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