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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덕후란 말이 인터넷상에 가끔 보이던데, 사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문장의 앞뒤를 보며 추측컨데, 아마도 컴퓨터에 반쯤 미쳐서 온갖 IT관련 기술 및 신재품을 섭렵하고, 잠시라도 인터넷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되는... 중증 컴퓨터 환자를 의미하는 것 같다.
컴퓨터 하면, 왕년에 나도 한 컴퓨터 했다.
86년부터 8비트 베이직을 배웠으며, 90년에 다른 컴퓨터에는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가 두개 붙어있는데, 나는 5.25인치, 3.5인치와 무려 20메가(!!!)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썼었다. 그때 컴퓨터 설치 기사 왈 '20메가면 떡을 치죠' 했었는데, 요즘은 허접한 USB메모리도 4기가 정도니...
여하튼, 동아리에서도 컴퓨터가 고장나면 그건 전부 내 몫이었고, 어떤 선배는 나에 대한 이미지가 컴퓨터밖에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였다. 아르바이트 할때나 직장 초년시절에도 나는 단연 컴퓨터 사용 능력으로 주가를 올렸다. 겉모습만 대충 보고 '뭐.. 일은 제대로 하겠나..?'라고 생각했던 내 선임도 단 3일만에 '너 그렇게 잘 하는줄 몰랐다'라는 말을 이끌어 내었다.
지금까지 내 손을 거쳐간 컴퓨터가 9대에, 쓰고 버린 플로피 디스크는 4천장 정도 되는것 같고, 지금도 집에 가면 하드디스크 몇대가 서랍에 굴러다닌다.
근데, 지금은...?
저 정도 컴퓨터에 미친 인간이라면 IT블로그 쯤은 이름을 걸고 운영해도 되지 않겠느냔 말이다..
근데, 난 그러기 싫다.
인터넷을 대충 검색해 봐도 이름을 날리는 IT블로그가 몇개 있다. 어떤 블로그는 알찬 정보가 적시에 올라오기도 하고, 어떤 블로그는 여기 저기에서 뉴스나 기사들을 짜집기 해 와서 블로그를 채워놓기 바쁘다. 한번 이름이 나기 시작하면 고정 방문자가 있으므로, 방문자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계속 정보를 공급해 줘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매일 매일 때우기 식으로 글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몇 곳 들여다보면.. 며칠 지나면 내용들이 비슷비슷 하다.
이미 IT블로그는 많이 있다. 더 만들어 봐야 공간 낭비요 쓰래기일 뿐이다.
난 그냥 쓰고 싶을때 쓰는 블로그를 원한다.
블로그 처음 시작할 때, 블로그가 무슨 뜻인지 검색해 봤다.
웹 로그라고...? 웹에 남기는 기록물...?
나는 내 블로그가 내 기록물이고 싶다.
명성 유지를 위해 의무적으로 글을 올리는 그런 블로그가 아니라, 내가 필요한 것을 기록해 두었다가 다시 보고 싶을 때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런 곳.
방문객 유치를 위해 글을 퍼 나르거나, 각종 프로그램, 키젠 같은 미끼들 보다는, 나를 잘 아는 몇 몇 사람끼리 웃으며 글을 올릴수 있는 그런 곳.
가끔 떠오르는... 뭔가 써 보고자 하는 욕망을 누르고, 고급 정보는 파워 블로거에게 맡기고, 나는 그저 잔잔한 나의 일상을 기록하는 순수한 블로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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