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백업 소프트웨어

몇개월 전에 잘 사용하던 데스크탑 컴퓨터가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10년 넘게 사용하던 컴퓨터이며, 웬만한 고장은 혼자 고칠 수 있는데... 이번엔 짐작컨데 메인보드가 고장이 난 듯 싶더군요. 며칠 전부터 사용중에 자꾸만 꺼지는 증상이 있었는데, 드디어 전원부가 맛이 간 듯 보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컴퓨터가 제 손을 거쳐갔습니다.

국내에선 거의 컴퓨터 1세대에 속하기 때문에 8비트 컴퓨터부터 지금의 고성능 컴퓨터까지 단계를 밟아 올라오며 속도의 한계, 메모리의 한계 때문에 업그래이드의 갈망을 안고 왔었지요. 그러던 것이 10년 전부터는 업그레이드를 잊고 살고 있었네요.

그만큼 컴퓨터를 향한 열정이 식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굳이 업그레이드 하지 않아도 사용에 지장이 없을 만큼 컴퓨터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컴퓨터를 사려고 하니... 예전 같았으면 무조건 당 시대의 가성비 짱 또는 최고 모델부터 검색을 해 봤을텐데... 이젠 굳이 하이엔드 모델을 사지 않아도 컴퓨터 라이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으니 굳이 비싸고 좋은 모델을 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자라고 있으니 아이들이 쓰기에 편리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고민 좀 하다가 그럭저럭 성능 괜찮은 노트북 컴퓨터를 사게 되었고, 어쩌다보니 노트북이 2대가 되었습니다.

노트북의 특성 상 아무래도 스토리지가 좀 부족합니다. 데스크탑 처럼 하드디스크를 여러 개 달아서 온갖 데이터를 저장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필수적인 데이터만 남기고 일부는 외장형 하드 도킹스테이션에, 일부는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노트북의 또다른 특성 상, 이동으로 인한 데이터 손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SSD에 저장된 건 몰라도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건 이동중 얼마든지 손상을 입을수 있으니까요... 그리하여 쓸만한 백업 소프트웨어를 찾게 되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윈도우10에도 기본 백업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게 좀 직관적이지가 않습니다.

저는 예전처럼 내가 원하는 걸 원하는 곳에 백업을 하고 관리하고 싶은데, 윈도우10은 파일 히스토리를 사용하여 백업 이라는 표현으로 상시 백업을 지원합니다. 하지만 노트북에서는 상시 백업 스토리지를 장착해 둘 수가 없지요. 필요할때 꽂아서 백업하고, 평상시에는 분리해 놓아야 합니다. 따라서 윈도우10 기본 백업 프로그램은 탈락입니다.

백업 소프트웨어의 최고봉으로 좀 아는 분들이라면 아크로니스 트루이미지를 뽑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백업에 관한 한 모든 기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걸 포함하고 있다보니 너무 무거우며, 게다가 유료 프로그램입니다. 내가 필요한건 C 드라이브와 D드라이브를 통째로 백업하고, 주기적으로 증분 백업하는 건데, 이건 어디를 얼마만큼 백업하는지 보여주지를 않더군요. 볼 필요 없이 무조건 백업한다... 이런 개념인가 보던데, 저는 백업 프로그램이 정확히 뭘 백업하는지를 직관적으로 알기를 원합니다.

게다가 주렁주렁 달린 유틸리티들... 너무 많습니다. -_- 한 마디로 덩치가 너무 커져버렸어요.
이걸 돈 주고 사야 합니다.

그 다음, 무료 소프트웨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backupper 입니다. 

유료인 트루이미지에 비해 부가기능이 적습니다.

하지만 백업 본연의 기능에 충실합니다. 시스템 디스크 또는 드라이브단위나 파일 단위로 백업을 지정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증분백업을 지원합니다. 유료버전도 있습니다만 기본 기능만 이용하기 위해서는 무료버전으로도 충분합니다. 트루이미지도 이렇게 기본 기능만 탑재하고 무료로 좀 풀어줬으면 좋았을틴데... 아쉽습니다.

파일 단위로 백업을 하니 시간이 엄청 걸리던데, 동일한 내용을 드라이브 단위로 백업을 하니 훨씬 빨리 백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저는 시스템이미지 백업 하나 만들고, 가족의 데이터가 저장된 D 드라이브 백업 하나 만들고 그걸 일주일 단위로 증분 백업을 수동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관리하고자 하는 목적에 딱 맞지요.

누군가가 가볍고 기능에 충실한 백업 소프트웨어를 찾는다면 백어퍼를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