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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평지는 그럭저럭 탈 만 했는데, 내리막길을 고속으로 내려올때면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았다. 심지어 이러다가 어디 한군데 부러지는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 핑계로 자전거 한대 질렀다.
어떤 자전거가 괜찮은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자주 찾던 커뮤니티에 자전거 질의글을 올리고 추천받은 모델이 블랙캣 2.0 또는 3.0 모델이었다. 확인해 보니 구형 모델이고 신품은 판매되지 않는 모델이었다.
신형 블랙캣은 임팩트 엘리트 모델과 익스퍼트 모델이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뭐.. 로드바이크를 적극 권하는 사람도 있던데... 로드바이크는 내 취향에 맞지 않을뿐 아니라 그걸로 갈만한 곳도 없다. 가벼운 운동과... 간단한 업힐이 목적이지... 빠른 주행이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산을 맥시멈 50을 잡았었는데, 임팩트 익스퍼트가 딱 예산에 맞아떨어졌다.
신품가 67만원. 옥션가는 55만원에 주문했던 샵은 제고가 없다고 주문취소를 해줬고, 새로 찾은 샵에서는 오히려 더 낮아진 52만원에 구매가 가능했다. 단순 계산해봐도 20% 이상 할인이다.
도데체 원가와 마진이 얼마기에 정가에서 이렇게 할인이 가능할까?
아래는 제조사 웹사이트에서 퍼온 제품사양이다.
프레임 : 하이드로포밍 알루미늄 버티드 프레임
앞 포-크 : SR 썬투어 XCM V3-HLO, 크라운 락아웃
브레이크(앞) : 시마노 BR-M445W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뒤) : 시마노 BR-M445W 유압 디스크
변속 레버(좌) : 시마노 데오레 SL-M590, 27단
변속 레버(우) : 시마노 데오레 SL-M590, 27단
변속기(앞) : 시마노 알리비오 FD-M430
변속기(뒤) : 시마노 데오레 RD-M592
기어 크랑크 : 트루바티브 FC-E400 3.0, 44X32X22T
카세트 스프로켓 : 시마노 CS-HG30-9, 11-34T
림 : 알렉스림 DP17
허브(앞) : 시마노 RM65
타이어 : 블랙캣 MTB, 26x1.95
안 장 : 블랙캣 에어플로우 센터홀 안장
차종무게 : 13.6kg (페달제외)
대부분 처음 보는 용어들이다.
한동안 자출사 카페에 가입해서 이것 저것 읽어봤더니 지금은 어느정도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외계어 그 자체였다.
어쨌든 가격대 및 프래임 대비 구동계 부품들을 좋은걸 썼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고, 같은 가격대면 국산 제품이 사양이 훨씬 좋다는 말을 믿고 구매했다.
자전거에서는 처음 접해보는 유압식 디스크브레이크다.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쓰는줄은 알았어도 자전거에도 디스크브래이크가 사용되는줄은 몰랐다.
뒷바퀴도 마찬가지로 유압식 디스크브레이크가 장착되어있고, 앞뒤 바퀴 모두 빠른 착탈이 가능하도록 퀵 릴리즈 레버가 달려있다. 이거 때문에 도난의 위험이 커진다는데...
변속기도 마음에 드는것이, 한칸 한칸 변속할때마다 정확히 한단씩 변속해 준다. 일반 자전거 기어에서는 경험하기 힘들었던 부분이다.
어릴적에 초등학교 5학년때인가... 처음으로 내 자전거를 가지게 되었다.
그전까진 자전거를 탈줄 몰랐기에... 주말에 자전거를 끌고 가까이 살고 있던 외삼촌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 가서 외삼촌이 뒤에서 잡아주고 자전거를 가르쳐주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그때 그 자전거를 고등학교때 까지 타고 다녔었는데... 아마도 대학다닐때 아래층 사는 애들에게 빌려줬다가 잃어버렸지 싶다.
당시에는 MTB 형태의 철티비들이 유행처럼 나오기 시작하던 시절이었고, 나도 그런 자전거 하나 있었으면 하던 시절이라 추억이 깃든 자전거를 잃어버렸음에도 별로 아쉽지 않게 넘어갔던것 같다.
두번째 자전거는 철티비는 철티비인데... 완성차가 아니고 고물상에서 각종 부품들 끌어다가 자전거처럼 만들어서 파는 그런 자전거였다. 방어진 일산해수욕장 근처 어딘가에 그렇게 만들어서 파는 곳이 있다고 해서 친구와 함께 버스타고 찾아갔었다.
그럭저럭 생긴 자전거 가격이 3.5만이었다.(신품이 10~15만 선이었으므로 3.5만이면 싼 편이었다)
친구는 버스 태워서 먼저 보내고, 나는 그놈을 타고 당시 내 주무대였던 무거동까지 1시간 반을 달려왔던 기억이 난다.
허나 싸게 얻은데다 새 물건이 아니었으므로 마음을 많이 주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몇년 타다가 펑크난 것을 선배집 앞에 몇달간 방치해 뒀었고... 그렇게 없어졌다.
세번째 자전거는 결혼후에 신문 받아보면서 공짜로 얻은 자전거다.
사이즈가 좀 작긴 했지만 앞뒤 쇼바도 달려있는 나름 이쁘게 생긴 물건이었다. 하지만 공짜라서 그런지 기어 세팅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최고단 기어와 최저단 기어가 잘 안들어가고, 기어를 정확히 한단씩 변속한다는건 불가능했다. 그냥 드르륵 돌리면 철커덩철커덩 하며 한번에 두세단씩 변속되곤 하던 물건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은게 무겁기도 하고, 변속도 잘 안되고, 언덕 올라가기도 힘들었다.
이번에 자전거 구입하고 나서도 그냥 버리기는 아까와서 카페에 무료분양 글을 올린 후에 방어진 사는 사람에게 넘겼다.
그리고 네번째 자전거. 처음으로 내가 직접 사 보는 신품 자전거이자 나름 고가의 자전거이다.
적게는 몇백에서 비싸게는 천만원대까지 있지만, 내 주위 사람들은 자전거 가격이 50만원이 넘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어한다.(다행이 아내는 이해해 주고, 가까이 사시는 부모님도 이해해 주신다. 더불어 아버지께서는 80만원 짜리를 구매하셨다.. -_-)
비싼 물건이 다른건지... 아니면 내가 직접 자료 찾아가며 고른 물건이라 그런지 애착도 가고 이뻐 보인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전에 타던 철티비에 비해 상당히 성능이 좋다. 잘 나가기도 잘 나가거니와 언덕을 만나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올라간다. 철티비는 작은 언덕도 도저히 힘으로는 올라가기 힘들었는데, 이녀석은 어찌된게 작은 언덕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올라가진다. 도데체 무슨 원리인지...
주말을 제외하고는 자전거를 탈 시간이 밤 시간대이므로(사실 주말 낮에도 탈 시간이 없어 결국 밤에만 타게 된다) 자전거에 사용할 라이트를 달았다.
후미등도 필요할 것 같아 달았는데... 결국 라이트와 후미등은 이중 지출이 되었다.
라이트는 마트표 LED 샀다가... 좀 어두워서 자전거용 마트표 LED 라이트를 다시 구매했고... 다시 Q3 줌라이트 하나 구입했고... 아무래도 부족해서 쌍발로 사용하려고 Q3 줌라이트 하나 더 사서 달고 다니다가, 결국은 모 카파에서 공동구매하는 XML-T6 LED 라이트를 구매했다. 거기에 충전지 세트와 충전기까지. 후미등은 길쭉하게 생긴 놈으로 바뀌었고.
잘 모르고 구매하니까 결국 이중 지출이 생긴다. 자전거 구입할때처럼 자료를 좀 더 찾아보고 구입했어야 하는데 라이트가 별거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샀다가 도데체 몇개를 산건지...
표면적으로는 기존에 타던 자전거가 썩어서. 그리고 운동하려고 자전거를 구입하게 되었지만... 사실 자꾸만 찾아드는 카메라 렌즈 펌프를 억누르려는 목적이 더 컸다.
틈만 나면 SLR 클럽에 들어가서 글 읽어보고 렌즈 자료 뒤져보기도 하고... 이 렌즈가 좋을까, 저 렌즈가 좋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며 계속 '뽐뿌'를 받다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어떻하든지 카메라 렌즈 생각을 잊어보려고 안하던 컴퓨터개임도 손대보기도 하다가... 불현듯 삐걱거리는 고물 자전거에 생각이 미쳤다.
결국 또다른 지름으로 지름을 막은 결과인가...
어쨌든 렌즈 생각을 떨쳐내는데는 성공했다. 이제는 거의 SLR클럽 포럼에도 들어가보지 않는다. 간혹 가서 점수용 뺑뺑이나 한번 돌려보고 요즘 1면에는 어떤 사진이 뜨는지 한번 훑어보고(늘 똑같다. 이놈의 클럽은 항상 여자 아니면 새 사진이다.) 그냥 나오게 되었다.
대신에... 이번에는 자전거 관련 카페를 기웃거리며 이것 저것 읽어보고 정보를 얻고 있다.
허나, 자전거 뽐뿌는 쉽게 올것 같지는 않다. 물론 이것도 시작하기에 따라서 만만치않게 돈이 들어가는 취미이지만, 혼자서 그렇게 뽐뿌 받을 일도 없거니와, 자전거라는 것이 결국은 두바퀴로 굴러가는 것이 주 목적이므로 아주 고가로 가지 않는 이상 고만고만한 사양에서는 성능상의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리고.. 내 새로운 자전거인 블랙캣 임팩트 익스퍼트는 기대 이상으로 잘 굴러가고 성능이 좋다. ^^
좀전에 문수사 주차장까지 갔다 왔다.
엄청난 업힐 구간으로 인해.. 마지막 구간은 결국 내려서 밀고 올라갔지만, 정상에서 만나는 바람은 참 상쾌했다.
예전의 철티비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구간이었는데, 확실히 자전거가 좋으니 잘 올라간다. 오히려 내려오는게 경사가 너무 가팔라서 겁이날 지경이다.
멈추지 않고 올라갈 수 있을때까지 계속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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