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운동 장비들 - 가민 엣지500, 엣지520, 피닉스3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지도 만 4년이 넘었네요.(벌써 5년차.... ^^)
한동안 DSLR에 빠져있다가 그 늪에 더 빠지기 전에 기분전환을 위해 시작한 자전거타기가 지금은 카메라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투자한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카페에 올라오는 모 다른 사람들처럼 계속 장비에 빠져들지 않고 현 상황에 만족하며 장비가 아닌 라이딩으로 인해 얻을수 있는 건강, 즐거움 등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거죠.
첫 자전거 블랙캣 임팩트 익스퍼트를 50만원에 사이즈도 모르고 구입해서 타고 다니다가 한달만에 도난당하고, 그 사이에 MTB의 종류와 사이즈 등등 좀 공부하고 자이언트 XTC2를 구입했다가 자이언트 XTC0 콤포지트까지 넘어왔습니다.
2011년 6월 26일. 자전거 카페가 아닌 컴퓨터 동호회에서 조언을 받아 구입한 첫 MTB.
2011년 8월 15일. 첫 자전거 도난 후 MTB에 대해 공부 좀 하고 적절한 선에서 구입한 두번째 MTB.
2012년 10월 17일. 갑자기 기존 자전거의 부족한 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지름신이 마구 동하여
앞서 구입한 놈을 팔아버리고 지금껏 모아두었던 비상금을 때려부어 능력의 한계를 넘어 구입한 놈.
다행스럽게 딱 거기까지!
프래임은 카본이고 핸들바, 싯포스트, 스탬 등은 모두 자이언트 상급 정품이며, 구동계, 재동계, 휠셋은 모두 시마노 XT. 제 라이딩 스타일은 너무 소프트하지도 않고, 하드하지도 않은 중간레벨.. 딱 좋았습니다. 저에게는 최고 사양이죠. 더 이상 지름신이 틈 탈 곳이 없더군요.
속도계는 처음부터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앞사람 따라 잘 달리면 되지 뭔 속도계까지... 그거 씹어먹는 건가? 이런 스타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을 쓰기 시작하면서 남들 쓴다는 속도계 앱을 깔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나름의 장점이 있더군요. 앱들 중에는 속도만 보여주는 놈도 있고, 라이딩 기록을 남겨서 운동량을 관리해 주는 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계속 GPS를 잡고 있는 상태에서 화면을 켜 놓으니 베터리가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라이딩 마치고 돌아오면 베터리가 간당간당하기도 하고, 특히 겨울에는 베터리 수명이 급격히 떨어져서 분명 30% 이상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라이딩 중에 그냥 꺼져버리는 경우도 있더군요.
스마트폰은 어디까지나 스마트폰이지 아웃도어 장비나 피트니스 장비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달고 다니다가 충격으로 날아가버리는 상황까지...(다행히 두툼하고 말랑한 케이스였기 망정이지...) 몇번 그러고 나니 그냥 안쓰고 다니게 되더군요.
하지만, 있다가 없으니 좀 불편하더군요. 특히나 야간라이딩을 주로 하는 저로서는 달리면서 시간을 확인하는 게 꼭 필요했습니다. 매번 멈춰서 휴대폰을 꺼내서 시간을 확인할 수도 없고...
그래서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시계 표시 잘 되고, 야간에 상시 백라이트가 되는 속도계가 어떤게 있을까 하고 말이지요...
많이 뒤졌습니다. 근데 없더군요.... -_-
기능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야간에 백라이트가 상시로 켜지는 물건 자체가 일반 속도계 레벨에서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찾은게 등산 겸 라이딩에 사용할 수 있는 모 GPS 장비였는데, 정말 깔끔하고 마음에 드는데, 제작사 홈페이지는 이미 사라졌고 더 이상 제품 개발이 되지 않으며 사양길을 걷고 있더군요...
어느날...
그날도 다른 때처럼 삼삼오오 모여서 야간라이딩을 나갔습니다.
열심히 달려서 정자구도로 정상에 올라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어느 분 자전거 속도계에 불이 켜져 있는게 보였습니다. 계속 켜져 있더군요... 저건 뭘까 하고 자세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보고야 말았습니다... -_-
속도계의 끝판왕이라는 가민 엣지.
그걸 볼때만 해도 가민 엣지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다른건 다 모르겠고... 제가 원하는 상시 백라이트 기능이 있었습니다.
폰트도 깔끔했고 속도 표시 뿐만 아니라 시간을 비롯하여 여러 정보들이 떠 있더군요... 딱 제가 원하던 물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이었습니다. 검색해 보니 일반 속도계의 적게는 10배에서 많게는 20배가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가격.
폭풍 검색을 통해서 알아본 바 가민 이외에 브라이튼에서 만든 라이더 제품군도 있었지만, 브라이튼은 제품 및 로그 기록 등에서도 가민 제품에 밀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검색 글들은 전부 엣지 500에 대한 자랑글들...
결국 지르고 말았습니다.
야간에 백라이트가 켜지는 속도계를 질렀는데, 지르고 나니 케이던스 측정 기능과 코스 따라가기 기능 등이 덤으로 딸려오더군요.
많이 써먹진 않았지만 저는 코스 따라가기 기능까지 써 먹었으니 엣지 500의 기능의 80% 이상은 써 먹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엣지 500의 코스 기능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코스를 따라가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가상의 라이더와 함께 달리며 트레이닝을 하기 위한 기능이 메인이었으므로 좀 허접하기도 했거니와, GPS를 잘 잡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화면에서 코스가 사라지거나 코스 이탈 경고가 뜨는 등 코스 기능은 좀 불안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곡차곡 쌓인 라이딩 기록을 보는 것은 열심히 운동했다는 자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운동을 하면 관련된 운동 장비가 눈에 띄기 마련이죠.
어느날 눈에 띄어 아무 이유없이 이놈을 질러버렸습니다. 굳이 이유라면 운동에 대한 동기 유발이라고나 할까요...
순토 앰빗2 사파이어 모델입니다.
가민 엣지와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자전거에만 특화되지 않고 걷기, 달리기, 수영, 등산, 트라이에슬론 등 전반적인 운동을 기록하고 관리해 주던 놈입니다. 원래는 등산에 특화된 장비에서 멀티스포츠로 발전한 장비입니다. 무엇보다도 엣지 500에서 허접하다 생각했던 코스 기능이 좀 더 정확했기에, 울트라렐리등 렐리를 뛰면서 코스 확인하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가민 엣지는 가민커넥트에 기록이 올라가고, 순토 앰빗은 무브스카운트에 기록이 올라가기에 운동기록이 계속 분산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성격상... 은근한 스트레스더군요. 두 사이트는 서로 호환성이 없어서 기록을 서로 옮겨주지도 못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가민에는 순토 앰빗2를 대신할 만한 장비가 없었습니다. 포러너 910XT가 있었지만 이건 트라이에슬론에 최적화 되어 있어서 디자인이 꽝일 뿐만 아니라 등산 쪽은 기능이 매우 약했습니다. 어쩔수 없이 그냥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민에도 결국 앰빗2를 대신할 장비가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가민 피닉스3 입니다. 순토 앰빗2와 거의 동일한 기능을 하는 장비입니다.
결국 깔끔한 관리를 위하여, 2년 정도 사용하던 순토 앰빗2를 중고로 처분하고 넘어오고야 말았습니다.
운동 기록을 가민 커넥트에서 한번에 관리해 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나중에 나온 물건이니만큼 컬러 디스플래이에 일반적인 스마트 시계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으며, 운동 후에는 굳이 컴퓨터에 연결하지 않아도 블루투스로 기록을 업로드해 주는 편리함이 뒤따라 왔습니다.
여기서 그쳤으면 좋았을 것을...
가민 엣지 시리즈는 엣지500 이후로 엣지800, 엣지510, 엣지810에 이어 엣지1000이 출시되었습니다.
근데, 전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엣지800이 나오면서 터치스크린에 컬러디스플래이와 지도가 적용되는 등 기능이 좋아졌지만 더 커진 크기와 작은 액정에 꽉 차는 폰트 등 별로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엣지510과 엣지810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꾸자꾸 커지더니 엣지1000은 제가 사용하는 아이폰 만 해졌습니다.
큼직한 아이폰만한 속도계를 핸들바에 달고 산악라이딩을 한다니...
아무리 기능이 좋다지만 덩치 큰 놈들을 매달고 라이딩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덩치를 키우고 온갖 기능을 때려박은 놈은 저에게 별 유혹을 주지 못했지요. 가민이 뭔가 생각을 잘못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가민도 그리 생각했나 봅니다. 아이폰만한 사이클링 컴퓨터는 거추장스럽거든요.
결국 가민은 크기를 엣지500 수준으로 줄이고 터치스크린을 빼면서 가격을 줄인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처음 공개되는 걸 볼 때 부터 '아! 저거 딱이네' 싶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가민 엣지 시리즈에 눈독은 들이면서도 엣지1000은 뭔가 너무 크고 너무 비싸서 지르지 않던 잠재 수요자들이 520을 대거 지르는 사태가 일어나면서 근레에는 물건이 없어서 못파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분위기를 봅니다.
저는 센서들을 모두 가지고 있으므로 해드유닛만 필요했기에 물건을 쉽게(해외 직구가와 동일하게) 구했지만, 심박센서와 바이크센서가 포함된 번들셋은 9월 중순은 되어야 물건이 풀릴 모양이네요.
피닉스3을 쓰면서 액티비티라는 개념에 이미 익숙해져 있던지라 엣지520에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엣지520도 엑티비티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트레이닝, 인도어 트레이닝, 레이스 등등 운동 종류에 따라 설정을 달리 할 수 있거든요.
세팅을 하고 가장 먼저 테스트 한 기능이 코스 기능인데, 엣지500과는 다른 아주 정확하게 작동해 주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엣지는 기록 측정만 하고 코스는 피닉스3을 보면서 가는... 장비를 이중 운용을 하지않아도 되겠네요.
어쩌다 보니 가민 매니아가 되어버렸습니다...
엣지520에서 파워미터와 관계된 기능 등(저는 안쓰는 기능들) 일부 고급 기능을 제외하고는 피닉스3이 엣지520의 기능을 대부분 커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찌 보면 중복된 기능을 하는 장비를 둘 다 가지고 있는 거죠.
하지만 피닉스3은 지금도 제 손목에서 하루 하루 걸음수를 측정하고 있으며, 엣지520은 퇴근 후에 한번 더 자전거를 타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적어도 운동을 위한 동기부여 측면에서 지른 건 아직까지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거죠.
다만 이 효과가 일시적이지 않고 꾸준히 지속되어 제가 지금보다 더 건강해지고 체중을 줄일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저의 이 지름은 헛되지 않은 긍정적인 지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