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2대를 떠나보내며
자전거 2대를 떠나보냈습니다.
http://cafe.naver.com/bikecity/1483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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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전거는 좀 뜬금없이 얻었었습니다.
아버지가 타시다가 MTB를 장만하시면서 저 수영장 다닐때 타고다니라며 떠넘기다시피 주신 자전거입니다.
근데, 태생이 철자전거라 많이 무겁더군요.
처음부터 생활자전거를 탔으면 몰라도... 가벼운 하드테일을 타다가 철 자전거를 끌고 다니니 자세가 이상한 건 둘째 치고라도 무거워서 타 지지를 않더군요. 게다가 집에서 수영장을 가려면 지하도를 건너고 작은 언덕을 올라야 하는데, 이거 끌고서 수영장에 도착하면 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걸어가면 걸어갔지...
그 이후로는 아내가 MTB 사기 전에 이따금씩 태화강변으로 타고 나갔었습니다. 아내의 평가에 의하면 그럭저럭 잘 나갔다고 합니다. 그나마 아내에게 MTB를 사 준 이후로는 한번도 탄 적이 없었습니다.
아파트 밖에 두면 그냥 썩어버릴테고... 계속 아파트 계단참에 방치하고 있었는데, 얼마전부터 아파트 계단에 놓여있는 물건들을 치워달라고 안내문을 붙이더군요. 아내도 필요한 사람 있으면 주라고 합니다.
이 자전거는 피아노를 사며 사은품으로 받았던 자전거 입니다.
저 LAVIA 부분에 피아노회사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 뽀대 안난다고 받자마자 때어버렸습니다. 지금은 저렇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집 밖에서 홀대받고 있지만, 한때 반짝반짝한 자태로 귀한 대접 받던 자전거입니다.
오랫만에 옛날 사진 뒤져보니... 반짝반짝 하니 깔끔하네요.
자전거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 그냥 애들 타기에 괜찮아 보이는 접이식 자전거 정도로 생각했었습니다.
저 자전거는 집에 오자마자 큰 아이 차지가 되었습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때 사진입니다.
유아용 자전거를 동생에게 물려주고, 새 자전거가 생겼다며 즐거워하며 타던 모습입니다.
그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키에 비해서 자전거가 좀 커 보이네요.
좀 크거나말거나 즐겁게 타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작년,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인 작은애에게 물려주어 자전거 연습을 하는데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위 사진은 작은애가 자전거 처음 타던 날, 뒤에서 달려가며 찍은 동영상 캡쳐입니다. 작은애는 큰애보다 키가 좀 더 빨리 자라는 바람에 1학년인데도 불구하고 자전거 타는 자세가 그리 어색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 자전거는 아이들이 타고 다닐때는 몰랐습니다만, 저나 제 아내가 타 보니 곧 문제점이 발견되었습니다.
바퀴가 작은데다가 핸들바가 몸 쪽으로 당겨져서 설치되어 있어서 조향 성능이 별로 좋지 못했습니다. 천천히 탈때는 느낄수 없는데, 강변에서 좀 쌔개 밟아보았더니 핸들이 흔들려서 20km 이상 속도를 올릴수가 없더군요.
결정적으로, 작은애가 빨리 달리는 언니를 따라가려고 무리하게 속도를 올리다가 핸들이 돌아가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때의 흉터자국이 지금도 한쪽 무릎에 조금 남아있네요.(얼른 매디폼을 붙여줬어야 하는데... --;) 그 사고 이후로 작은애가 저 자전거를 타는걸 많이 꺼리게 되었습니다.
저도 지오매트리가 불안해 보이는 자전거를, 자전거 타는게 서툰 아이에게 계속 타게 하기 어렵더군요.
(무료분양글 쓸때도 이점을 분명히 명기했습니다.)
올해, 작은애 자전거를 핑계로 생일 선물이라 우기며(사실은 제가 타려고) 미니벨로를 하나 영입했습니다.
사 놓고 보니 작은애에게는 너무 크고, 큰애에게 딱 맞더군요. 결국 미벨은 큰애가 타고, 작은애는 미벨을 탈 만큼 자랄때까지 큰애가 타던 스팅거를 타는 걸로 합의를 보았습니다.(1년 사이에 큰애의 24인치 스팅거를 혼자서 편하게 탈 만큼 키가 자랐더군요. 애들은 참 잘 자랍니다.)
그리하여... 우리 가족은 각자의 자전거를 가지게 되었고, 저 두 자전거는 관심에서 더더욱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두 대를 분양하겠다고 올렸는데, 딱 알맞게도 두 분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물건 가지러 온다는 연락을 받고, 자전거에 쌓여있던 먼지를 적당히 털어냈습니다. 타이어에 공기도 좀 보충하고...
공기 보충하다보니 큰 자전거 앞타이어의 무시고무가 삭아버려서 공기가 들어가지 않더군요. 집에 여분으로 있던 무시고무를 갈아끼우고...(집에 이런거 두고 갈아끼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ㅎㅎㅎ) 공기압 점검, 기어 점검해 보니 그럭저럭 잘 들어갑니다.
가지러 오신 분 중 먼저 오신 분은 아가씨였고 저녁 늦게 오신 다른 한분도 총각으로 보이는 분이셨는데, 사이좋게도 아가씨는 작은 자전거를 마음에 들어했고, 총각은 큰 자전거를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두 분 모두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시며 가져가시더군요. 우리 가족에게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서 먼지만 쌓여가는 물건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니 다행이었습니다.
게다가 아파트 밖에서 비 맞으며 썩어가는거 보다 아껴줄 주인을 찾아간다는 건 훨씬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자전거를 둘 다 보내고 나서 아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두 분 모두 젊은 분들이던데, 다들 알뜰하게 잘 사시는 거 같았습니다.
카페 글 읽다보면 지나치게 비싼 자전거, 용도는 이미 물 건너갔고 유명한 프래임, 좋은 구동계, 가벼운 휠셋에만 집착하며 수백에서 천만원이 넘어가는 자전거를 자랑하는 글들을 더러 보게 되던데(그 중에는 경재적 능력이 안되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수백짜리 자전거를 탄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남이 쓰다가 버리려는 무거운 철 자전거라 할지라도 단지 잘 굴러가는 자전거를 가진다는 것에 감사하고 기뻐하며 가져가는 분이 계시더군요.
그 분들을 보며 저 스스로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괜히 눈만 높아져서 스스로도 과분하다고 생각하는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이 부끄러워지더군요.
자전거 타기 전엔 카메라 장비에 관심을 가지다가... 사진 보다는 장비에 더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반성하고, 머릿속에서 카메라를 털어내기 위해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 입문급이 전문 MTB가 되고, 어느 순간에 카본차를 타고 있더군요.. -_-;
채력이 부친다는 핑계로 좀 더 가벼운 차로 산을 오르고자 자기합리화를 했지만, 그래도 좀 지나쳤습니다.
다행히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지금은 산과 임도를 다니며 라이딩 그 자체를 즐깁니다만...
가진것에 감사하고, 과욕을 부리 말아야 겠습니다.
자랑하며 허세부리기 보다 더욱 겸손히 살아가야 겠습니다.
오늘도 주신 것에 감사하며 하루를 살아가고자 합니다.